아침에 보면 발만 이불 밖에 나와 있는 날이 있습니다.
기억도 안 나는데 한쪽 발만 삐죽 나와 있는 그 자세요. 자다가 더워서 그랬겠거니 하고 넘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건 버릇이 아니라 몸이 잠들려고 직접 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잠들려면 몸 안쪽 온도가 내려가야 하는데, 그 통로가 손발이거든요. 발을 내놓은 건 몸이 창문을 연 겁니다.
그래서 방이 너무 더우면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안 옵니다. 창문을 열어도 바깥이 더 더우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잘 때 발을 이불 밖으로 빼는 이유
잠드는 과정은 마음이 조용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몸 쪽에서 보면 온도를 떨어뜨리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습관적으로 잠드는 사람은 대개 잠들기 직전에 심부체온이 내려갑니다. 심부체온은 몸 안쪽, 장기가 있는 부분의 온도예요. 피부 온도와는 다릅니다. 그리고 이 온도를 내리는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몸을 식히는 겁니다.
여기서 좀 뜻밖의 일이 벌어져요. 손발의 혈관이 넓어지면서 몸 안쪽의 더운 피가 피부 쪽으로 밀려 나옵니다. 그래서 몸 안쪽은 내려가는데 손발은 오히려 따뜻해져요. 입면 무렵 손발 온도는 약 1℃, 배 쪽은 약 0.5℃ 올라간다고 보고됐습니다. 손이 1℃ 오르는 동안 몸 안쪽에서는 그만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는 뜻이에요.
졸릴 때 손이 따끈해지는 그 느낌, 다들 아실 겁니다. 그게 졸음의 결과가 아니라 졸음이 오는 과정 자체였던 거예요.
그리고 이 온도 차이가 꽤 정확한 신호로 쓰입니다. 손발과 몸통의 온도 차이가 졸림을 잘 예측했고,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도 관계가 있었어요. 손발이 몸통보다 따뜻해질수록 잠이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손발이 계속 차가운 상태로 누워 있으면 몸은 아직 잘 준비가 안 된 겁니다.
발을 따뜻하게 하면 잠드는 시간이 5분에서 10분쯤 앞당겨진다고 알려져 있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억지로 재우는 게 아니라, 열이 나갈 창문을 미리 열어두는 셈입니다.
이걸 알면 잠이 안 오는 밤의 대처가 달라집니다. 보통은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쓰잖아요. 생각을 멈추려 하고, 눈을 더 꼭 감아보고요. 그런데 몸 쪽 조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면 그 노력은 잘 듣지 않습니다. 몸이 아직 식지 않았다면, 마음만 조용해져도 잠은 오지 않아요.
몇 도가 좋은지부터 말씀드릴게요
그럼 몇 도가 가장 좋을까요? 기준부터 말씀드리면 조금 서늘하다 싶은 정도입니다. 이불을 덮고 누웠을 때 딱 좋고, 이불 없이는 살짝 추운 정도요.
권고 범위는 기관마다 꽤 갈립니다. 국내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건 18도에서 22도 사이고, 해외 수면 기관 중에는 이보다 서늘한 쪽을 권하는 곳도 있어요. 가장 널리 인용되는 한 지점을 꼽으면 18도 부근입니다. 실험으로 확정된 경계선이 아니라 권고라 이만큼 벌어집니다.
나이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고령자는 20도에서 25도 사이에서 수면의 질이 좋았다는 보고가 있어요. 젊은 사람 기준을 그대로 쓰면 오히려 추워서 깰 수 있습니다. 이불 두께와 잠옷까지 더하면 같은 18도도 누구에겐 딱 좋고 누구에겐 춥고요.
그래서 숫자를 목표로 삼기보다 어제보다 한 도 낮춰보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며칠 해보고 아침 컨디션이 달라지는지를 보는 편이 어떤 권고 범위보다 정확해요. 온도계 숫자는 매일 같아도 잘 잔 밤과 못 잔 밤은 갈리거든요.
그런데 온도만 맞춰도 안 되는 이유
온도를 맞췄는데도 잠이 안 오는 밤이 있습니다. 몸이 식는 쪽이 어딘가 막혀 있어서일 수 있어요.
이불로 창문까지 덮기
온도만 맞추고 끝내기
차가운 손발로 잠을 기다리기
잠들기 전 한 시간, 순서대로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각 단계가 앞 단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방이 아직 더운데 손발만 데우면 갈 곳이 없고, 방은 서늘한데 손발이 차가우면 길이 막혀 있어요. 한쪽만 해두고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기 쉬운 게 이 부분입니다.
방향이 반대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방은 서늘하게 하면서 손발은 데운다니까요. 그런데 이 둘은 같은 일을 합니다. 몸 안쪽 온도를 떨어뜨리는 것 하나예요. 방을 서늘하게 하는 건 열이 갈 곳을 만드는 일이고, 손발을 데우는 건 열이 나갈 길을 여는 일입니다.
방이 추워도 잠이 안 오는 건 왜일까요?
서늘한 게 좋다고 해서 낮출수록 좋은 건 아닙니다.
대략 15도 아래로 내려가면 오히려 잠이 잘게 쪼개지고, 깊은 잠과 꿈꾸는 잠이 줄면서 밤중에 깨는 일이 늘 수 있어요. 몸이 체온을 지키려고 혈관을 좁히기 때문입니다. 식어야 하는데 몸이 반대로 잠가버리는 셈이에요. 추운 방에서 웅크리고 자다 자꾸 깼던 밤이 있다면 그 이유일 수 있습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24도 위로 올라가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요. 너무 더우면 식을 데가 없고, 너무 추우면 몸이 식기를 거부합니다. 원인은 정반대인데 결과는 똑같이 "자꾸 깨는 밤"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추울수록 좋다"도 "따뜻해야 잘 잔다"도 둘 다 반쪽짜리예요. 몸이 식을 수 있는 구간이 따로 있고, 그 바깥은 어느 쪽이든 불리합니다.
결국 온도를 낮추는 것 자체가 목표는 아닙니다. 몸이 스스로 식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목표고, 온도는 그 조건 중 하나예요.
기절은 잠을 억지로 만들기보다, 잠이 오는 길을 막고 있던 것을 하나씩 치우는 쪽으로 접근합니다. 오늘 밤 치울 게 하나 있다면 온도계부터 보셔도 좋겠어요.
잠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몸이 스스로 시작하도록 자리를 비켜주는 일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