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5분만 보려고 했어요.
알림도 다 꺼두고, 화면 밝기도 낮추고, 이제 자야지 하면서 누웠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한 시간이 지나 있습니다.
폰으로 오는 알림은 그렇게 꼼꼼히 껐는데, 정작 뇌로 가는 알림은 켜둔 채로 누워 있었던 거예요. 자기 전 스마트폰이 안 좋다는 말은 다들 들어봤을 텐데, 정확히 무엇이 어느 정도로 안 좋은지는 의외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블루라이트만 문제가 아니에요
자기 전 스마트폰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항상 블루라이트가 먼저 나옵니다. 화면의 파란빛이 잠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억눌러서 잠이 늦게 온다는 설명이죠.
이건 실제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예요. 건강한 성인 남성 72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실 연구가 있습니다. 참가자가 남성뿐이라 모두에게 같은 크기로 나타난다고 보긴 어렵지만, 방향은 참고할 만해요. 눈으로는 밝기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생체시계를 자극하는 정도만 다르게 만든 화면을 비교했더니, 자극이 강한 쪽에서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게 나타났습니다. 멜라토닌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각도 30분쯤 늦춰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연구가 이 효과를 설명하면서 쓴 표현이 있어요. 일관되지만 완만하다. 여러 지표에서 같은 방향으로 나타나긴 하는데, 자기 전 폰의 해로움을 전부 설명할 만큼 크지는 않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빛의 영향은 조건에 따라서도 꽤 달라집니다. 주변이 어두울수록, 화면이 밝을수록 커지는 쪽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폰을 같은 시간 동안 봐도 불을 켜둔 거실에서 보느냐 불 끈 방에서 보느냐에 따라 몸이 받는 신호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빛이 생체 리듬에 관여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결과예요. 불을 다 끄고 이불 속에서 보는 화면이 유독 더 안 좋게 느껴진다면, 그 느낌에는 근거가 있는 셈이에요.
다만 여기까지가 블루라이트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그 바깥에 더 큰 게 남아 있어요.
문제는 몇 시부터가 아니었어요
정말 화면을 오래 봐서 문제였을까요? 실제 기록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어요.
11세에서 14세 사이 청소년 79명의 밤 323일을 측정한 연구가 있습니다. 설문으로 "어제 폰 얼마나 봤나요"를 물어본 게 아니라, 실제 화면 사용 기록과 수면 측정 장비를 함께 본 연구예요.
결과가 좀 뜻밖이었어요. 잠자리에 들기 전 2시간 동안의 화면 사용은 총 수면시간과 거의 관계가 없었습니다. 10분을 더 봐도 총 수면시간의 차이는 0분에 가깝게 나왔습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잠드는 시각은 30분쯤 뒤로 밀렸는데, 아침에 깨는 시각도 그만큼 같이 밀려서 총량이 비슷해진 거예요. 늦게 잠든 만큼 늦게 일어날 수 있었던 거죠.
현실은 다르잖아요. 학교 가는 시간이나 출근 시간은 그대로예요. 잠드는 시각만 밀리고 일어나는 시각은 고정돼 있으면, 밀린 만큼이 고스란히 줄어든 잠이 됩니다.
차이가 정말 뚜렷하게 벌어진 지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뇌에 계속 도착하는 알림
같은 연구에서, 침대에 들어간 뒤의 화면 사용은 결과가 확실히 달랐어요.
침대에서 10분을 더 보면 총 수면시간이 3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폭은 크게 벌어졌습니다. 영상을 보는 것처럼 받아들이기만 하는 활동은 10분당 4분이었는데,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반응해야 하는 활동은 10분당 9분이었습니다. 게임만 따로 보면 10분당 17분이었고, 여러 기기를 오가며 동시에 쓴 밤은 그렇지 않은 밤보다 35분이 짧았습니다.
모두 같은 침대 안에서 벌어진 차이예요. 갈린 건 화면을 봤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했느냐였습니다.
메시지가 오면 답을 어떻게 쓸지 생각하게 돼요. 댓글을 읽으면 기분이 움직이고요. 게임은 다음 수를 계산하게 만들어요. 이건 전부 뇌한테 "지금 처리할 게 하나 도착했다"는 알림이 가는 일입니다.
화면을 껐다고 방금 읽은 메시지까지 같이 꺼지지는 않아요. 눕고 나서도 뇌는 아직 답장을 쓰고 있는 겁니다.
취침 전 휴대폰 사용을 4주 동안 제한한 무작위 시험에서는 잠드는 시간이 줄고 잠이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함께 보고된 게 하나 더 있는데, 잠들기 전 각성 수준 자체가 낮아졌다는 점이에요. 빛 말고 다른 경로가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30분인데 왜 결과가 달랐을까요?
정리하면 이렇게 보여요. 폰을 언제 내려놓느냐도 영향이 있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소파에서 30분 영상을 보는 것과, 침대에 누워 30분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같은 30분이 아니에요. 시계로는 똑같이 30분이지만 그동안 뇌에 도착한 알림의 개수가 다르니까요.
위 수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결과라, 방향은 참고하되 숫자를 그대로 자기 몸에 대입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흔히 "잠들기 1시간 전"이라는 기준을 듣게 되는데, 이 글의 내용대로면 그 1시간을 어디서 보내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1시간이라는 숫자도 여러 연구와 임상 경험을 종합한 권고이지, 실험으로 확정된 경계선은 아니고요. 그러니 1시간을 못 지킨 밤이 실패한 밤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덜어내는 방법 네 가지
침대 밖에서 마무리하기
받아들이는 것과 주고받는 것을 구분하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기
어두운 방에서 밝은 화면 피하기
완전히 끊지 않아도 괜찮아요
자기 전 폰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렇게 하기도 어렵고, 그럴 필요까지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폰에 오는 알림을 하나씩 꺼두듯이, 뇌로 가는 알림도 몇 개만 줄이면 돼요. 침대 밖에서 마무리하고, 답해야 하는 일은 아침으로 미루고, 손 닿는 곳에서 치워두는 정도로요. 다 지키지 못한 밤이 있어도 괜찮고요.
기절은 잠을 억지로 늘리는 대신, 잠을 밀어내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찾아 덜어내는 쪽으로 접근해요.
잠을 방해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계속 보내던 알림이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