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자리에서 시계를 보니 새벽 1시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밤에 정작 결판나는 건 '몇 시간 자는가'가 아니라 '몇 시에 자는가'예요.
학교 다닐 때는 등교 시간이 그 '몇 시'를 대신 정해 줬는데, 지금은 그 선을 아무도 그어 주지 않습니다. 매일 물 줄 시각을 스스로 정해야 하는 긴 농사가, 오늘 밤도 그렇게 시작되고 있어요.
자는 시간을 줄이면 공부량이 늘어날까요?
하루에서 자는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계산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험으로 확인된 결과는 좀 달라요. 건강한 성인을 하루 6시간만 자게 하고 14일을 유지시켰더니, 반응속도와 주의력을 재는 과제에서 완전히 밤을 꼬박 새운 것과 비슷한 수준까지 능력이 떨어졌습니다. 매일 6시간씩 2주를 보낸 결과가, 과제에 따라 하루를 꼬박 새운 것에 맞먹을 만큼 나타났다는 뜻이에요. 하루 4시간까지 줄인 그룹은 과제에 따라 하룻밤에서 이틀 밤을 꼬박 새운 정도까지 손상이 나타났습니다. 어떤 과제냐에 따라 손상의 크기가 갈렸다는 이야기예요.
더 눈여겨볼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스스로 느끼는 졸림 정도는 처음 며칠만 오르고 이후엔 정체됐습니다. 실제 수행 능력은 계속 떨어지는데, 본인은 그 정도로 나쁘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예요. '이 정도면 버틸 만한데'라는 감각과 실제로 머리가 돌아가는 정도가 따로 논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시험 전날 하루 이틀을 완전히 새우는 벼락치기 밤의 전략은 시험 전날 밤새우는 것을 다룬 글에서 따로 다뤄요. 여기서 보는 것은 하루짜리가 아니라 몇 달, 1년 동안 조금씩 줄여 자는 쪽입니다.
문제는 오늘 하루가 아니라, 재수생에게는 그 하루를 정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
사람의 생체시계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대략 2시간 정도 뒤로 밀리는 경향을 갖게 됩니다. 밤 11시 전에는 잘 자리에 누워도 잠이 잘 오지 않는 몸이 된다는 뜻이에요. 원래는 등교 시간 같은 사회적 기준이 이 경향을 눌러 균형을 잡아 줍니다. 그런데 재수 생활에는 그 기준이 헐겁거나 아예 없습니다.
이걸 보여주는 자료가 있어요. 노르웨이 고교생 2,022명을 추적한 조사에서, 등교가 사라지자 취침은 36분, 기상은 1시간 35분 정도 뒤로 밀렸습니다. 일정이 없어지자 취침과 기상이 각각 다른 폭으로 밀렸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이 조사에서는 원격수업이 오전 8시 36분에 시작해 느슨하게나마 기준선이 남아 있었고, 그 덕에 실제 잠자는 시간은 오히려 45분 늘고 권장 수면시간을 채우는 비율도 13.4%에서 37.5%로 올랐습니다. 최소한의 기준선만 있어도 규칙성은 지켜질 수 있다는 얘기예요.
독학재수처럼 그런 느슨한 기준선조차 없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몇 시에 시작하고 몇 시에 끝낼지, 몇 시에 잘지를 전부 스스로 정해야 하고, 그 경계는 결심만으로 지켜지지 않아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붙잡을 기준 자체가 없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1년을 어떻게 나눠서 잘까요?
영국에서 나온 대규모 추적 연구 하나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6만 명 넘는 사람들을 6년 넘게 추적했더니, 잠을 얼마나 자는지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지가 건강과 더 강하게 연결돼 있었어요. 규칙적으로 자는 사람들은 불규칙하게 자는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이 20%에서 최대 48%까지 낮았습니다. 규칙성을 통계적으로 고정해 두고 봐도 사망 위험 차이는 여전히 규칙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고, 수면시간이 갖는 몫은 그보다 작았습니다. 총량보다 리듬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에요.
불면장애를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지행동치료에서도 기상 시간을 고정하는 것이 여러 구성요소 중 하나로 다뤄집니다. 몇 시에 잤는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시간을 매일 같게 맞추는 방식도 그중 하나예요. 이 원리를 재수 생활에 적용해 보면, 초반부터 '몇 시간 잘까'를 고민하기보다 '몇 시에 일어날까'부터 고정해 두는 편이 뒤로 갈수록 흔들리는 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막판에 몰아서 물을 준다고 시들었던 작물이 갑자기 살아나지 않습니다. 1년 내내 매일 비슷한 시각에 물을 준 쪽이 결국 자라요. 수면도 시험 직전 며칠로 벌충되는 게 아니라, 1년 동안의 배분이 결과를 만든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몰아 자는 밤과 매일 같은 시간에 자는 밤
'평일에 모자란 잠을 주말에 채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자연스러워요. 그런데 이 방식이 정말 원상태로 되돌려 주는지를 실험으로 본 연구가 있습니다. 18~39세 건강한 성인 36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계속 9시간을 자게 하고, 한 그룹은 2주 내내 5시간만 자게 하고, 나머지 한 그룹은 5시간으로 줄이다가 주말에만 원하는 만큼 재우고 다시 5시간으로 돌려보냈어요. 그 결과 계속 5시간만 잔 그룹은 인슐린 민감도가 기준선보다 13% 낮아졌고, 주말에 몰아 잔 그룹은 9~27% 낮아져 그 폭이 더 넓었습니다. 몰아 잔다고 확실히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었다는 뜻이에요. 밤에 간식을 더 먹는 경향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앞서 본 규칙성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켜요. 총량을 맞추는 것보다 매일 비슷한 시각에 자는 쪽이 더 무겁게 작용한다는 얘기입니다. 주말에 몰아 자는 것으로 잠이 회복되는지를 다룬 글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다루고 있으니, 궁금하면 함께 볼 수 있어요.
| 항목 | 몰아 자는 밤 | 매일 같은 시간에 자는 밤 |
|---|---|---|
| 총 수면시간 | 주말에 늘어남 | 매일 비슷하게 유지 |
| 대사 지표(인슐린 민감도) | 감소 폭이 9~27%로 더 크게 흔들림 | 규칙성 유지 쪽이 유리하다는 결과와 같은 방향 |
| 몸이 겪는 것 | 주중엔 부족, 주말엔 급격한 변화 | 매일 비슷한 폭 |
이 실험은 36명이라는 비교적 작은 규모로 이뤄졌습니다. 그렇더라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 몰아 자기는 벌충이 아니라 또 다른 흔들림입니다.
오늘부터 바꿔볼 수 있는 것들
- 기상 시각부터 정해두기. 몇 시에 잤든 일어나는 시간만은 고정해두면 하루 전체가 그 기준을 따라 정리될 수 있어요.
- 몰아 자기로 벌충하려 하지 않기. 평일에 부족했던 잠을 주말 하루로 메우려 하기보다, 평소에 자야 할 만큼을 매일 채우는 쪽으로 조절해볼 수 있어요.
- 하루를 끝내는 시각을 스스로 정해두기. 몇 시까지 책상에 있고 몇 시부터는 접는다는 경계를 미리 정해두면, 매일 새로 결정을 내리는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 막판이라고 자는 시간을 확 줄이지 않기. 앞서 본 것처럼 매일 조금씩 줄여 자는 것만으로도 손상이 누적되는데, 막판에 마음이 급해진다고 그 시간을 더 줄이면 손상만 더 쌓일 수 있어요.
위 두 가지(기상 시각 고정·몰아 자기 지양)는 앞서 본 연구들이 뒷받침하는 쪽이고, 하루를 끝내는 시각을 정해두는 것은 하루 경계가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는 이 글의 출발점에서 끌어온 기절의 제안이에요.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 어떤 방식으로 자든, 수면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앞서 본 것처럼 그 손상은 조금씩 쌓입니다.
오늘 하루도 몇 시에 잘지 다시 계산하고 있다면, 그 계산을 며칠만 미뤄보세요. 대신 내일 아침 일어날 시각 하나만 먼저 정해두고 눕는 겁니다. 밭에 물을 주듯, 매일 비슷한 시각에 조금씩 채워 넣는 쪽이 막판에 몰아서 붓는 것보다 오래가요. 그 농사의 첫 물도, 마지막 물도, 결국 내가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