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누웠다가, 베개를 다시 세우고, 다시 돌아눕는다.
자세 하나만 바로잡으면 잠들 줄 알았는데, 화장실도 다녀와야 하고 다리도 저릿하고 머릿속은 이미 딴 데 가 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그것도 한꺼번에 문을 두드리는 밤이다.
막달엔 왜 한꺼번에 여러 가지가 겹칠까요?
막달 불면은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동시에 겹쳐서 옵니다. 커진 배 때문에 자세를 잡기 어렵고, 방광이 눌려 화장실 걸음이 잦아지고, 속이 쓰리거나 다리가 저릿하고, 태아가 움직이고, 출산과 그 이후에 대한 불안까지 한 번에 몰려와요. 임신 3분기(마지막 3개월) 불면증을 겪는 비율은 42.4% 정도로 추정됩니다.
자세 제약
화장실
다리 저림
숨참
태동
불안
임신 시기별로 잠이 달라지는 이유를 폭넓게 다룬 임신하고 잠이 달라진 이유를 다룬 글도 있으니, 지금이 어느 흐름 위에 있는지 궁금하다면 참고할 수 있어요.
밤새 뒤척이는 쪽만 있는 건 아니에요.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졌다가 새벽 서너 시쯤 말똥말똥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섯 가지 손님 중 무엇 때문이든, 한 번 깬 잠이 다시 붙지 않는 밤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커진 배 하나가 자세까지 바꿔놓습니다
임신 2·3분기에는 등을 대고 눕기보다 옆으로 눕는 자세가 권장됩니다. 즉, 배가 눈에 띄게 커지는 시기 내내 적용되는 권고라는 뜻이에요. 등을 대고 오래 누우면 커진 자궁이 몸속 큰 혈관을 눌러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어요. 자다가 등으로 돌아누워 있었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누울 때는 옆으로 눕는 편이 낫다는 정도로 기억해두면 됩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배 아래와 다리 사이에 베개를 하나씩 받치면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밤사이 몇 번이나 자세를 고쳐 눕게 되는 날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베개 위치만 다시 잡아주면 됩니다.
화장실 걸음과 다리 저림, 밤은 쪼개집니다
임신 후기에는 밤에 화장실 가는 횟수가 특히 늘어납니다. 임신부 873명 중 66%가 밤에 깨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나타났어요(1973년 조사). 방광이 자궁에 눌리는 데다 후기로 갈수록 방광이 담을 수 있는 양 자체도 줄어드니, 걸음이 느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이야기예요. 겨우 다시 누웠는데 '또 화장실인가' 싶어 눈이 떠지는 밤도 드물지 않습니다.
다리 저림도 흔합니다. 밤에만 다리나 발, 허벅지에 쥐가 나는 근육 경련은 임신 후반기에 자주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고, 이와 별개로 다리가 근질거리고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드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임신 3분기에 22.9% 정도가 겪는다는 메타분석 결과도 있어요. 둘은 다른 증상입니다 — 쥐는 근육이 갑자기 뭉치는 것이고, 하지불안증후군은 가만히 있으면 불편해서 움직이고 싶어지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누웠는데 이번엔 종아리가 뻣뻣하게 당겨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리게 되는 밤도 있을 거예요. 밤마다 다리가 근질거려 잠들기 어렵다면 밤마다 다리가 근질거려 잠들기 어려운 이유를 다룬 글을 따로 볼 수 있어요.
숨이 찬 것도 이 시기 특징 중 하나입니다. 프로게스테론(임신을 유지시키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숨이 깊어지고 잦아지면서, 임신부의 60~70% 정도가 숨참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계단을 오르지 않았는데도 숨이 가쁘게 느껴진다면 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머리는 이미 출산 쪽으로 가 있습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잠을 깨우는 밤도 있어요. 출산이 언제 어떻게 올지, 진통이 시작되면 뭘 챙겨야 하는지, 아기가 태어난 뒤 생활이 어떻게 바뀔지 — 이런 생각들이 스멀스멀 자리를 잡습니다. 출산과 부모 역할에 대한 불안감은 임신 후기 불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잠의 질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다만 이 조사는 두려움과 잠의 질을 같은 시점에서 함께 잰 것이라,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는 이 결과만으로 단정할 수 없어요. 어느 쪽이 먼저든, 걱정 때문에 못 자고 못 자서 더 걱정되는 흐름은 비슷해요.
지금 시도해볼 수 있는 것들
지금 조정해볼 수 있는 것들도 있어요.
오후 이후로는 카페인을 줄여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기 전 따뜻한 샤워나 목욕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누울 때는 배 아래와 다리 사이에 베개를 하나씩 받쳐 자세를 잡아보세요. 다리에 쥐가 났을 때는 억지로 참기보다 근육을 문지르거나 잠깐 걸어보고, 손으로 발끝을 몸 쪽으로 당겨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 시도해봐도 잠이 안 오는 밤은 있을 수 있어요. 그런 밤엔 다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오늘은 몇 가지만 줄여본다는 마음으로 접근해도 좋아요.
임신 중 이런 신호는 바로 병원으로
머리가 심하게 아프거나, 눈앞이 흐리게 보이거나 번쩍이는 빛이 보이거나, 오른쪽 윗배가 아프거나, 소변량이 갑자기 줄었다면 바로 병원에 연락해야 합니다. 경련이나 발작, 심한 숨참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증상은 임신 20주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자간전증(임신중독증)의 경고 신호로 알려져 있고,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오르고 단백뇨가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진단됩니다.
코골이가 갑자기 심해지거나 자다가 숨이 자주 막히는 느낌이 든다면 이 역시 가볍게 넘기지 말고 병원에 알려야 합니다. 여러 조사를 종합해 보면 코골이가 있는 임신부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간전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았고(코골이 1.87배, 무호흡 2.63배), 수면호흡장애 전체로 보면 2.19배 더 많이 관찰됐습니다. 관찰된 연관성이라 코골이 자체가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갑자기 심해진 코골이나 잦은 무호흡은 자간전증 경고 신호와 함께 봐야 하는 변화라는 뜻이에요.
| 항목 | 흔한 불편 | 바로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 |
|---|---|---|
| 두통·어지럼 | 가벼운 두통, 잠깐의 어지럼증 | 심한 두통이 가라앉지 않음 |
| 시야 | 눈이 뻑뻑하고 피곤함 | 눈앞이 흐리거나 번쩍이는 빛이 보임 |
| 복부 | 속이 더부룩함 | 오른쪽 윗배가 아픔 |
| 소변 | 화장실을 자주 감 | 소변량이 갑자기 줄어듦 |
| 호흡 | 평소보다 숨이 약간 참 | 경련·발작, 심한 숨참 |
| 코골이 | 코를 고는 정도가 늘 비슷함 | 코골이가 갑자기 심해지거나 숨이 자주 막힘 |
이런 밤이 계속되면 약이나 영양제, 허브차라도 찾고 싶어지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임신 중에는 무엇이든 임의로 복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멜라토닌은 임산부 안전성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고, 허브차 중에도 임신 중에는 권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복용을 고려하고 있다면 담당 의사나 조산사와 먼저 상의해야 합니다.
이 글은 정보를 정리한 것이지,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에요. 임신은 사람마다 상황이 크게 다르고 다른 문제가 함께 있는지에 따라 도움이 되는 방법도 달라지니, 계속 힘들다면 담당 의사나 조산사와 상의해보는 게 좋습니다. 이 글은 임신 후기, 그중에서도 막달 상황을 다뤘습니다 — 수유 중이라면 호르몬 조건이 달라 같은 이야기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요.
오늘 밤도 손님이 여럿 찾아올 수 있어요. 전부 한꺼번에 돌려보낼 수는 없지만, 문을 열어줄 순서는 정할 수 있습니다. 자기 전엔 배 아래와 다리 사이에 베개부터 받쳐보고, 나머지는 하나씩 다뤄가도 괜찮아요. 오늘 밤도 손님이 여럿, 그것도 한꺼번에 찾아오겠지만 — 문은 하나씩 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