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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기타

원룸·고시원에서 잠자리를 만드는 법

2026 · 예상 읽기 시간 5분
원룸·고시원에서 잠자리를 만드는 법

자정 넘어 옆방 통화 소리가 벽을 그대로 타고 넘어와요.

방음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이 방엔 애초에 칸막이가 없는 거예요. 옆자리 통화도, 머리 위 형광등도, 누군가 맞춰둔 냉방 온도도 다 넘어오는 오픈형 사무실처럼 — 원룸도, 고시원도 다르지 않습니다.

원룸 한 칸이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주거기본법에 따른 1인 가구의 법령상 최저주거기준은 14㎡, 평수로 치면 약 4.2평입니다. 이 좁은 면적 안에 방 한 칸이 일하는 자리, 밥 먹는 자리, 자는 자리를 전부 떠맡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책상 하나 옆에 이부자리를 펴야 하는 구조인 셈이죠.

고시원은 잠깐 스쳐 가는 곳이 아닙니다. 서울 시내 고시원 거주자를 조사했더니 지금 사는 곳에서 평균 2.34년째 머물고 있었고, 고시원 생활을 다 합치면 평균 4.11년, 절반이 넘는 55.4%가 3년 이상 살고 있었어요. 잠깐 참으면 되는 임시 거처가 아니라 매일 밤을 보내야 하는 진짜 방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몇 년을 살아도 소리와 빛과 온도는 여전히 남의 사정에 달려 있는 셈이죠.

이 구조는 칸막이 없는 오픈형 사무실과 닮았어요. 소리도 빛도 온도도 내 자리 안에서 끝나지 않고 옆에서 넘어오기 쉽습니다. 방을 나눠 쓸 칸막이가 없으니, 잠자리를 만들려면 소리와 빛과 온도를 하나씩 따로 손보는 수밖에 없어요. 매일 밤 뒤척이는 게 유난히 예민해서가 아니라, 방 구조가 애초에 그렇게 되어 있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방 안에서 손댈 수 있는 것과 구조라서 못 바꾸는 것
항목 구조라서 못 바꾸는 것오늘 손댈 수 있는 것
소음벽 두께, 건물 구조문틈·창틀 틈 막기
창밖 가로등 위치창문·문틈 가리기
온도건물 전체 냉난방 방식문풍지, 전기장판, 환기 시간

소리는 벽을 못 넘어도 문틈으로 넘어옵니다

체감상 조용하다고 느껴도 실제 소음 기준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어요. 해외 기준으로, 잠자리 안쪽의 지속적인 소음은 30dB(A) 밑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 기준을 넘어서면 몸이 뒤척이거나 잠에서 깨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이와 별도로, 건물 밖 야간소음 지표인 Lnight가 연평균 40dB(A)를 넘는 순간부터 스스로 느끼는 불면이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소리가 밤새 이어지면, 몸이 쉬는 시간을 온전히 못 채우는 거예요.

더 구체적인 수치도 있어요. 실내 최대소음이 33~38dB(A) 구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다가 깨는 확률이 0보다 커지기 시작하고, 도로·철도·항공 소음을 다룬 연구에서는 소음이 10dB씩 커질 때마다 그 확률이 약 1.35~1.36배로 올라갑니다. 크게 2배까지는 아니어도, 소리가 커질수록 밤중에 깰 확률이 꾸준히 함께 올라간다는 이야기예요.

문제는 원룸·고시원 벽이 이 기준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벽 자체보다 문틈, 창틈처럼 밀폐되지 않은 자리로 소리가 넘어오기 쉬운 경우가 많아요. 문 밑에 수건을 말아 끼우거나 틈막이를 붙이고, 창틀 틈은 문풍지로 막는 것만으로도 새어 들어오는 소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문구점이나 생활용품점에서 파는 얇은 폼 테이프 하나로도 틈을 메울 수 있습니다. 소리를 아예 없앨 수 없다면 방향을 바꾸는 방법도 있어요. 낮고 일정한 소리로 옆방 소음의 변화를 덮는 방식인데, 백색소음과 정적 중 어느 쪽이 나은지를 다룬 글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요.

빛은 끄는 것보다 막는 것이 먼저입니다

방 안의 불은 끌 수 있어도, 창밖 가로등 불빛까지 끌 수는 없어요. 18~30세 성인 116명이 참여한 한 실험에서, 잠들기 전 8시간 동안 은은한 실내조명(200럭스 미만)에 있었던 경우는 훨씬 어두운 조명(3럭스 미만)에 있었던 경우보다 멜라토닌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 99%에서 늦어졌고, 분비가 이어지는 시간도 평균 90분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원리를 적용하면, 몸이 잠들 준비를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뜻이에요.

같은 실험에서, 평소 잠자리에 든 시간대에 빛을 쬔 경우엔 85%에서 멜라토닌 분비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어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서 그렇게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이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가로등 불빛이 밤새 들어오는 방에서는 몸이 잠들 준비를 시작하는 시점 자체가 늦어질 수 있어요.

실제로 중국에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 조사를 보면, 창밖에 가로등 같은 인공조명이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은 적은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짧게 자는 경우가 25% 더 많고, 길게 자는 경우는 21% 더 적었습니다. 빛이 많은 동네와 적은 동네 사이에 이 정도 차이가 나타난다는 이야기예요.

암막커튼이 없다면 두꺼운 이불이나 담요를 압정으로 창틀에 고정하는 방법도 있고, 문 아래 틈으로 들어오는 복도 불빛은 문풍지나 수건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빛이 조금이라도 덜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날 수 있어요. 안대는 그다음 대안이에요 — 창을 아예 못 가리는 상황이라면 안대와 암막 중 뭐부터 손대야 할지 정리한 글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온도는 조절기 없이도 손댈 곳이 있을까요

국내 한 자료가 권장하는 수면 적정 실내온도는 18~22℃입니다. 이 범위 안에서 체온 조절이 매끄럽게 이뤄져 몸이 자연스럽게 잠들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내 온도가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면 몸이 온도를 맞추는 데 신경을 더 쓰게 돼 잠드는 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뜻이에요. 문제는 원룸이나 고시원 중에는 건물 전체가 함께 쓰는 중앙식 냉난방인 곳이 있어, 세입자가 이 범위에 맞춰 온도를 직접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거예요.

조절기가 없어도 손댈 수 있는 자리는 남아 있습니다. 겨울엔 창틀과 문틈으로 빠져나가는 온기를 문풍지나 두꺼운 커튼으로 막는 것만으로도 체감 온도가 달라질 수 있어요. 문 밑 틈은 둘둘 만 수건 하나로도 자주 막을 수 있고요. 손발이 찬 편이라면 얇은 양말을 신는 것도 잠자리 온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전기장판처럼 몸에 직접 닿는 열원을 쓰면 방 전체 온도를 못 올려도 잠자리 온도는 따로 맞출 수 있습니다. 여름엔 반대예요. 창을 완전히 막기보다 바깥 공기가 선선해지는 새벽 시간에 잠깐 환기해 열기를 내보내고, 선풍기를 벽 쪽으로 돌려 찬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향이 나을 수 있습니다. 몸에 바람을 직접 쐬는 것보다 은은하게 도는 공기가 오래 틀어놔도 덜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조절기가 없다는 건 방 전체 온도를 못 바꾼다는 뜻이지, 잠자리 온도까지 못 바꾼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늘 밤엔 하나만 바꿔도 됩니다

소리, 빛, 온도를 한꺼번에 다 바꾸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밤엔 그중 가장 거슬리는 것 하나만 골라 손대는 걸로 충분해요.

1

소음

문 밑에 수건을 말아 끼우거나 틈막이를 붙이고, 창틀 틈은 문풍지로 막아 보세요
2

두꺼운 이불이나 담요를 압정으로 창틀에 고정해 가로등 불빛을 막아 보세요
3

온도

전기장판처럼 몸에 직접 닿는 열원으로 방 전체가 아니라 잠자리만 데워 보세요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하려다 아무것도 못 끝내는 것보다, 하나를 골라 끝까지 해보는 쪽이 나아요.

다만 이것만으로 안 달라질 수 있어요. 옆방 소음이 벽 구조 자체의 문제이거나 건물 전체 냉난방 방식이 처음부터 고정돼 있다면, 방 안에서 손대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오늘 밤엔 문틈이든 창틀이든 이불 속이든, 그중 하나만 골라 손대 보세요. 칸막이 없는 사무실이라도, 내 몫의 칸막이 하나쯤은 세울 수 있으니까요.

이 글이 참고한 자료 (6)
  1. 국토교통부 (2011) — 1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 등을 정한 최저주거기준 고시 바로가기
  2. 대한건축학회논문집 (2024) — 서울시 고시원 2,288개소 대상 거주자 주거환경 실태조사 바로가기
  3.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18) — WHO 환경소음 가이드라인 근거 — 실내 최대소음과 수면 중 각성 확률 체계적고찰 바로가기
  4. J Clin Endocrinol Metab (2011) — 건강한 성인 116명 대상, 취침 전 실내조명 노출과 멜라토닌 억제 통제실험 바로가기
  5. Environmental Research (2022) — 중국 고령자 13,474명 대상, 실외 야간조명 노출과 수면시간 관련 전국조사 바로가기
  6. 국민건강지식센터(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15) — 수면 적정 실내온도(18~22℃) 자문 정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