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눈이 떠집니다. 그리고 시계를 봅니다.
깬 게 오늘만은 아닙니다. 어젯밤에도 깼고 그저께도 깼어요. 다만 기억에 남는 건 늘 새벽 것입니다. 초저녁에 깼던 건 아침에 떠오르지도 않고요.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면 오늘 밤에 할 일이 달라집니다. 깨지 않게 하는 쪽이 아니라, 깬 다음을 손보는 쪽으로요.
원래 밤에 여러 번 깹니다
먼저 마음을 조금 놓으셔도 됩니다. 밤에 여러 번 깨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뒤에서 볼 몇 가지 경우는 다르지만요.)
잠은 한 덩어리로 쭉 이어지지 않습니다. 여러 단계를 돌면서 한 바퀴에 대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걸리고, 그 바퀴가 밤새 반복돼요. 바퀴가 바뀌는 자리마다 잠이 얕아지고, 그때 잠깐씩 눈이 떠집니다.
이런 각성은 몇 초에서 몇 분 정도예요. 대부분은 다시 잠들고, 아침이 되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돌아누웠다가 다시 잠든 밤이 아마 기억나지 않으실 거예요. 없었던 게 아니라 남지 않은 겁니다.
숫자로 보면 더 그렇습니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열 명 중 서너 명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밤중에 깬다고 답했어요.
다만 이 숫자는 깼다고 기억하는 사람의 비율입니다. 기억에 안 남은 각성까지 세면 더 많을 거고요. 국내 조사도 아니라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밤중에 깨는 게 드문 일이 아니라는 방향은 읽을 수 있어요.
왜 하필 새벽 것만 기억날까요?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밤이 아닙니다. 앞쪽과 뒤쪽의 성질이 다릅니다.
| 항목 | 밤의 앞쪽 | 밤의 뒤쪽 |
|---|---|---|
| 깊은 잠 | 길다 | 짧아진다 |
| 꿈꾸는 잠·얕은 잠 | 짧다 | 길어진다 |
| 깼을 때 | 기억에 잘 안 남는다 | 또렷하게 남는다 |
앞쪽에는 깊은 잠이 길게 들어 있어요. 뒤쪽으로 갈수록 그 깊은 잠은 줄고, 꿈꾸는 잠과 얕은 잠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밤 후반부에 깬 것이 더 잘 기억에 남는다고 수면 구조를 다루는 자료들이 말합니다.
같은 횟수를 깼어도 앞쪽 것은 지워지고 뒤쪽 것만 남는 셈이죠. 그러니 "요즘 새벽에만 깬다"는 느낌에는 기억의 분포가 섞여 있습니다.
전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뒤에서 볼 술이나 소변처럼 실제로 후반부 각성을 늘리는 것들도 있어요.
장거리 버스를 떠올리면 비슷해요. 타고 가는 내내 몇 번은 눈이 떠졌을 겁니다. 그런데 나중에 기억나는 건 도착 무렵에 깼던 것 하나예요. 앞쪽에서 깬 것들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져 있고요.
그러니까 "새벽에만 깬다"기보다 "새벽 것이 더 남는다"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깨는 게 아니라 다시 못 자는 것입니다
그럼 어디서부터가 손볼 자리일까요.
유럽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답에 가까워요. 밤에 깨는 사람들 중 열에 네 명 남짓이 "깨고 나서 다시 잠들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뒤집으면 나머지는 깨긴 해도 다시 잠들었다는 뜻이고요.
같은 조사에서 그 상태가 오래 이어진 사람도 많았습니다. 다만 이건 지금 겪는 사람을 모아 물은 숫자라, 새로 시작한 사람이 얼마나 오래 갈지를 말해 주지는 않아요. 짧게 겪고 넘어간 사람은 애초에 그 조사에 안 잡히니까요.
정리하면 갈리는 지점은 깨느냐 마느냐가 아니에요. 깨고 나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여기서 목표를 바꾸는 게 나아요. 깨지 않는 밤을 만들려고 하면 원래 있는 일을 없애려는 셈이라 잘 안 풀립니다. 깼을 때 다시 잠드는 쪽으로 옮기면 손댈 자리가 생겨요.
목표가 바뀌면 기준도 바뀝니다. 깼다고 실패한 게 아니라, 깨서 한참 뒤척였을 때 아쉬운 거예요.
깨고 나서 벌어지는 일들
깨고 난 뒤에 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눠 봤습니다. 앞의 둘은 다시 잠들기를 막는 쪽이고, 마지막 하나는 깨는 것 자체를 늘리는 쪽이에요.
시계부터 보는 습관
머리가 먼저 깨는 것
몸 쪽에 이유가 있을 때
이 셋 중에 오늘 밤 바로 손댈 수 있는 건 첫 번째예요. 시계를 안 보는 것만으로도 "몇 시간 남았지"라는 계산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계산이 안 되면 몇 시인지 모르는 채로 다시 잠들 여지가 남습니다.
머리맡의 폰을 조금 떨어뜨려 두는 것으로도 됩니다. 손이 닿는 자리에 있으면 결국 보게 되더라고요.
두 번째, 생각이 굴러가는 쪽은 이 글에서 다 다루지 못합니다. 다만 시계를 안 보는 것이 여기에도 걸쳐 있어요. "몇 시간 남았지"가 대개 생각의 첫 칸이거든요. 그 칸이 안 열리면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일도 줄어듭니다.
그래도 머리가 계속 굴러간다면 잠들기 전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 쪽이 더 맞는 이야기예요. 밤에 깨는 문제와는 결이 좀 다릅니다.
몸 쪽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늦게 마신 술은 잠들기는 쉽게 만들지만 밤 후반부의 각성을 늘립니다. 소변 때문에 깨는 경우도 있고요.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여성에게서 밤중 각성이 더 자주 보고되기도 합니다.
이쪽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아요. 다만 원인이 몸에 있는지 머리에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엉뚱한 데 힘을 안 쓰게 됩니다.
이런 경우엔 한번 진료를
대부분은 위의 이야기로 정리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한번 진료를 받아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몇 달째 이어질 때
화장실 때문에 매일
낮에 지장이 있을 때
겁을 주려는 목록이 아닙니다. 해당하더라도 대개 손볼 방법이 있어요. 다만 혼자 오래 끄는 것보다 한 번 확인하고 가는 편이 빠릅니다.
기절은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잠을 방해하는 생활 습관을 하나씩 짚어 보는 앱이라, 위 목록에 해당한다면 그쪽이 먼저예요.
오늘 밤에 깨면, 시계는 그냥 두세요. 몇 시인지 모르는 채로 있는 게 다시 잠드는 데는 낫습니다. 어차피 도착하면 내리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