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안방 불이 벌써 꺼져 있는 걸 보면 괜히 마음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다음 날 새벽 5시, 부모님이 벌써 거실에 나와 계신 걸 보면 이번엔 또 뭐가 문제였나 싶고요. 조명을 신경 써 드리고 낮 활동을 늘려봐도, 정작 왜 유독 이 집만 이렇게 이른지는 뾰족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가족이 매만질 수 있는 건 결국 그 저녁 조명과 낮 활동, 그 하나로 남습니다.
저녁이 빨리 오는 건, 몸속에서는 이미 일어난 일입니다
나이가 들어 65세를 넘기면서 잠자리에 드는 시각과 일어나는 시각이 점차 앞당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젊은 층과 비교했을 때 평균 90분 정도 앞당겨진다는 결과가 있는데, 정해진 시각이 그대로 밀리는 게 아니라 몸속 시계 자체가 통째로 앞으로 당겨진 셈이라는 이야기예요.
나이가 들수록 빛에 반응하는 생체시계(시교차상핵)의 민감도가 줄고, 밤에 나오는 멜라토닌 분비량도 줄어드는 경향이 이와 관련돼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일부 고령자는 저녁 7~9시에 먼저 잠들고 새벽 3~5시에 깨는 패턴을 보입니다. 특정 집만 겪는 일이 아니라, 나이 들며 상당수가 지나가는 통과 지점에 가깝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왜 유독 이 집만 더 이를까요?
옆집도, 친구 부모님도 다 이렇게 이르신 건 아닙니다. 유독 우리 집만 더 이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결국 왜 유독 이 집만 이른지,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신체질환, 복용 중인 약, 스트레스나 불안 같은 심리적 요인까지 여럿이 얽혀 있고, 조합은 집마다 다릅니다. 그중 가족이 그나마 손댈 수 있는 부분이 저녁의 빛과 활동량이에요.
그 개인차를 살펴본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여성 35명(60~79세)과 30명(20~34세)을 대상으로 손발 피부온도 리듬을 실생활 조건에서 측정했더니, 위상이 얼마나 앞당겨졌는지는 낮·밤에 빛을 얼마나 쬐었는지, 몸을 얼마나 움직였는지와는 뚜렷한 관련이 없었다고 해요. 빛과 활동보다는, 생체시계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게 나이 들어가는 쪽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뜻이에요.
다른 대규모 관찰에서는 지역사회에 사는 노인 남성 877명이 하루 평균 35분만 밝은 야외 빛을 쬐었는데, 이 정도로 실외 활동이 적다는 뜻이에요. 그중에서도 오후 시간대의 빛노출이 밤잠이 얼마나 조각나는지와 가장 관련이 깊었습니다. 다만 이건 위상이 당겨지는 정도가 아니라 잠이 끊기는 정도를 본 것이라,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것을 잰 것은 아니에요.
나이가 들며 생기는 수면 변화에는 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앓고 계신 병이나 드시는 약이 잠에 영향을 주고 있을 수도 있어요.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생활과 환경 쪽이고, 복용 중인 약을 조절하는 일은 처방한 곳에서 판단할 일입니다. 임의로 끊거나 줄이지 마시고, 진료 때 「잠」 이야기를 함께 꺼내 보세요.
새벽에 깨시는 건, 가게가 일찍 열었기 때문입니다
셔터를 일찍 내린 가게는 대개 일찍 문을 엽니다. 부모님의 저녁잠도 비슷해요. 나이가 들수록 밤잠 자체가 줄고 자주 깨는 경향이 있어, 이 리듬 전체가 앞으로 당겨진 상태로 돌아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이야기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노인 44명과 젊은 성인 101명을 비교해봤더니, 노인의 체온 리듬과 각성 시각이 전반적으로 더 이르긴 했지만 실제 기상 시각을 기준으로 잰 위상각은 오히려 더 늦게 나타났습니다. 위상이 당겨진 것 말고도 다른 사정이 함께 섞여 있다는 이야기예요 — 가게 문이 일찍 열리는 데는 셔터가 일찍 내려간 것 하나만 있는 게 아닌 셈이죠.
가족이 만질 수 있는 건 '해'가 아니라 '저녁의 불빛'입니다
노인과 젊은 층 100명 안팎을 비교해보니, 저녁 7시에서 10시 사이의 가벼운 활동은 몸속 시계를 늦추는 쪽으로, 아침 7시나 오후 1~4시 사이의 활동은 당기는 쪽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 몸을 움직이는 시간대가 시계 방향을 가른다는 뜻이에요. 이 반응은 나이와 크게 상관없이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해요. 다만 노인은 반응이 지연 쪽으로 작동하는 시간대의 경계 자체가 젊은 층보다 약 1.8시간 더 이르게 옵니다. 같은 원리를 적용하더라도 늦은 밤이 아니라 이른 저녁 시간대에 빛과 활동을 주는 쪽이 원리에 더 맞는다는 뜻이에요.
저녁에 밝은 빛을 쬐게 해 드린 결과는 갈립니다. 노인 불면증 환자군에게 12일간 밝은 빛을 준 소규모 실험에서는 깨어 있는 시간이 줄고 수면효율이 77.5%에서 90%로 좋아져 밤에 덜 뒤척이신 셈이었어요. 반면 15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94분 지연)과 51명을 12주간 지켜본 실험에서는 체온 리듬이나 주관적 느낌만 달라졌을 뿐, 실제 검사 지표는 그대로였습니다. 확실히 좋아진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결과가 실험마다 다르게 나온다는 게 정확한 상태예요.
다만 이런 실험은 대개 전용 조명 장비로 강한 빛을 만들어 쓰기 때문에, 거실 조명 정도로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수정체가 노랗게 변해 같은 밝기라도 실제로 전달되는 빛은 더 약해질 수 있고요.
그래도 방향 자체는 노인 수면 관리에서 흔히 강조되는 방향과도 같습니다. 낮 동안 밝은 빛을 쬐고 몸을 움직이시게 하고, 반대로 밤에는 빛을 줄이고 낮잠은 줄이시게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 항목 | 무심코 하시게 두는 것 | 시도해볼 수 있는 것 |
|---|---|---|
| 저녁 활동 | 저녁 내내 조용히 앉아만 계시게 둔다 | 저녁 7~10시 사이 가벼운 움직임을 갖게 해드린다 |
| 저녁 조명 | 일찍부터 불을 어둡게 낮춰 둔다 | 거실 불을 조금 더 늦게, 조금 더 밝게 켜 둔다 |
| 새벽 기상 직후 | 깨자마자 커튼부터 활짝 연다 | 바로 열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본다 |
| 낮잠 | 길게 주무시게 둔다 | 15분 안쪽으로 짧게 조절해드린다 |
새벽에 깨신 그 시간, 어떻게 보내시게 할까요?
새벽에 눈이 떠지신 뒤 어떻게 하시느냐도 다음 날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새벽에 자꾸 깨는 이유를 다룬 글도 함께 참고해보세요).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졸릴 때만 잠자리에 눕는다'는 자극조절 원칙과, '누워 있는 시간을 실제 잠든 시간에 30분 정도만 더하는 수준으로 맞춘다'는 수면제한 원칙을 함께 씁니다. 노인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누워 있는 시간을 평소 잠든 시간의 75% 수준으로 제한해 본 소규모 실험이 있어요. 대상은 55~80세 노인 30명 안팎이었고(정확한 인원 배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깊은 잠의 지표가 늘고 잠든 뒤 깨어 있는 시간이 검사 기준으로 약 55분 줄었는데, 그만큼 밤중에 뒤척이는 시간이 짧아졌다는 뜻이에요. 다만 이건 병원에서 관리하며 진행한 방식이라, 다른 질환이나 복용 약이 있으시면 임의로 따라 하지 마시고 이런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는 정도로만 참고해 주세요.
이 밖에 낮잠도 눈여겨볼 부분이에요. 아예 안 주무시거나, 주무시더라도 15분 안쪽으로 짧게 조절하시게 하는 편이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낮잠 길이를 다룬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뤘어요.
한 가지, 새벽에 깨자마자 커튼부터 활짝 여시는 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셔도 좋아요. 아침 빛이 시계를 당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원리를 그대로 적용해 보면, 이미 앞당겨진 시계를 한 번 더 당기는 셈이 될 수도 있거든요. 이건 새벽 각성 직후를 직접 잰 결과라기보다, 아침·오후 시간대에 확인된 원리를 그대로 옮겨 본 것이라는 점만 참고해 두시면 됩니다.
저녁 불빛만으로 다 되지 않으실 수도 있어요
저녁의 불빛과 낮 활동만으로 이 리듬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으실 수도 있어요. 복용 중인 약, 지병, 마음 상태까지 여러 가지가 함께 얽혀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도 오늘 저녁만큼은 거실 불을 조금 더 늦게, 조금 더 밝게 켜 두어 보세요. 문 여는 시각도 그만큼 따라 밀릴 수 있으니, 가게가 셔터를 조금 늦게 내리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