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 깨고, 4시에 또 깨고, 6시에 다시. 요즘은 시계를 아예 안 봅니다. 보면 더 막막해져서요.
아침에 손가락으로 세어 보면 5시간은 잤어요. 그런데 잔 것 같지가 않습니다. 몸이 무겁고, 어제 한 말을 오늘 또 하고 있고요.
누가 좀 잤냐고 물으면 잤다고 대답합니다. 그 정도면 잤다고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못 잤다고 하면 설명할 게 많아지기도 하고요.
밥도 비슷하게 먹고 있죠. 앉아서 한 끼를 먹은 게 언제인지 모르겠고, 대신 하루 종일 뭔가를 조금씩 집어먹습니다. 배가 고프지는 않은데 힘은 안 나요.
잠도 요즘 그렇게 먹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이 몇 달을 어떻게 건너야 할까요. 더 자는 쪽은 아닌 것 같아요.
여섯 번 조금씩은 한 번 제대로가 안 됩니다
모자라긴 해도 5시간이면 아주 못 잔 밤은 아니에요. 그런데 몸은 훨씬 더 못 잔 것처럼 나옵니다. 세는 방식이 틀렸기 때문이에요. 잠은 총량이 아니라 덩어리로 쓰입니다.
초산모 41명의 손목 기록을 임신 전부터 출산 뒤까지 이어 본 값이 있어요. 여기서 두 숫자가 서로 다르게 움직입니다. 출산 8~13주에 하루 총 수면이 7.3시간까지 올라오는데, 임신 전 7.9시간과의 차이가 30분대예요. 그런데 끊기지 않고 가장 길게 이어 잔 덩어리는 같은 구간에서 4.1시간입니다. 임신 전에는 5.6시간이었고요.
말하자면 총량은 거의 돌아왔는데 덩어리는 아직 한참 모자란 상태입니다. 힘든 정도는 앞의 숫자보다 뒤의 숫자를 따라가는 것 같고요.
건강한 초산모 37명의 수면일지에서도 방향이 같았습니다. 밤에 자는 건 2개월 6시간 남짓에서 6개월 7시간 남짓으로 늘었고, 밤이 나뉘는 횟수도 2.5회에서 2회쯤으로 줄었어요. 다만 2회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반년이 지나도 밤이 하나로 붙지는 않은 겁니다.
| 항목 | 여섯 조각으로 6시간 | 두 조각으로 6시간 |
|---|---|---|
| 잔 시간 합계 | 같음 | 같음 |
| 가장 긴 덩어리 | 1시간 남짓 | 3시간 이상 |
여기서 짚어 둘 게 하나 있어요. 임신 전에도 밤이 한 덩어리는 아니었습니다. 앞의 두 값 사이가 2시간 넘게 벌어져 있죠. 원래도 그만큼은 잘려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목표는 끊기지 않는 밤이 아니에요. 그건 원래 없었습니다.
다만 이 숫자들은 해외에서 잰 값이고, 국내에서 같은 걸 잰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방향을 참고하는 정도로 읽으시면 됩니다.
밤을 다 지킬 수 없다면, 어디를 지킬까요
몇 달 동안은 밤 전체를 예전처럼 이어 자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기가 2시간마다 깨면 어른의 밤도 그만큼씩 잘리니까요. 근데 어디가 잘리느냐는 조금 다릅니다.
하루 종일 집어먹더라도 한 끼는 앉아서 먹는 것. 여기가 손댈 수 있는 자리예요.
연속된 4~5시간을 한 덩어리로 지키는 쪽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방법은 단순해요. 그때의 수유 한두 번을 다른 어른이 맡는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둘게요. 이건 산후우울 위험이 높거나 증상이 뚜렷한 경우를 두고 나온 숫자입니다. 모든 산모가 오늘 밤 그만큼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래도 “어디를 지킬지 먼저 정한다”는 방향은 누구에게나 쓰입니다.
시간대를 먼저 정하기
그 구간의 수유는 넘기기
소리에서 멀어지기
배우자와 나눌 수 있으면 그게 제일 빠릅니다. 국내 산모 3,221명에게 물었을 때 우울감을 덜어 준 사람으로 배우자가 가장 많이 꼽혔어요(57.8%). 다만 배우자 출산휴가를 쓴 경우가 절반을 조금 넘고(55.9%), 육아휴직은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17.4%). 나눌 사람이 옆에 있어도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에요.
같은 조사에서 그다음으로 많이 꼽힌 건 친구(34.2%)와 배우자를 뺀 가족(23.5%)이었습니다. 후보가 배우자 하나는 아니라는 얘기예요. 주말 오전에 잠깐 와 줄 수 있는 사람이면 됩니다. 청소를 부탁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아기를 봐 달라고 부탁하는 거고요.
부탁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요.
그럴 때 알아볼 수 있는 게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입니다. 이름이 딱딱한데 건강관리사가 집으로 오는 정부 바우처예요. 다만 소득이나 출산 유형에 따라 지원 범위가 달라서, 주소지 보건소나 복지로에서 먼저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잠깐이라도 사람이 오면, 그때가 연속해서 잘 자리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고요.
낮잠은 갚는 게 아니라 버티는 쪽입니다
밤이 부서졌으니 낮에 채우면 되지 않을까. 밤을 대신하지는 못해도, 버리기엔 아까운 절반이에요.
미국에서 초산모 112명의 손목 움직임을 재고 3개월 뒤 우울 점수를 함께 본 조사가 있어요. 여기서 두 가지가 같이 움직였습니다. 자정에서 오전 6시 사이에 2시간 넘게 깨어 있는 경우, 그리고 낮에 자는 게 1시간이 안 되는 경우. 둘 다 우울 점수가 높은 쪽과 나란히 갔어요.
다만 이건 같이 움직였다는 것이지 낮잠이 우울을 막아 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표본이 한쪽으로 쏠려 있어요. 소득과 학력이 높고, 파트너와 함께 사는 사람만 참여했습니다.
그래도 낮 조각을 아예 버리지는 말자는 정도로는 읽을 만합니다. 밤을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하루의 바닥을 조금 올려 주는 자리는 되니까요.
몇 분을 잘지는 낮잠 길이를 다룬 글에 맡기고, 여기서는 판단 기준 하나만 두겠습니다. 아기가 자는 동안 집을 정리할지 나도 누울지 매번 고민된다면, 이번 주는 눕는 쪽으로 기울여 보세요. 집은 며칠 밀려도 되돌릴 수 있고, 잠은 그날로 끝납니다.
이건 잠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잠으로 손댈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잠을 손봐도 안 걷히는 무거움이 있습니다.
앞서 본 조사에서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산후우울감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68.5%). 산후우울증 진단을 받은 경우는 따로 물었는데 6.8%였고요.
이 두 숫자를 나눠서 보면 안 됩니다. 우울감과 우울증은 다른 말이에요. 조사도 둘을 따로 물었고요. 문제는 겪고 있는 동안에는 어느 쪽인지 스스로 갈라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혼자 판단하기보다 선별검사와 상담으로 확인하는 쪽이 낫습니다.
기간도 짧지 않았습니다. 우울감이 이어진 기간이 분만 뒤 평균 187.5일이었어요. 반년이 넘습니다. 앞에서 본 잠의 회복 구간이 두세 달이었으니, 잠이 어느 정도 돌아온 뒤에도 한참 남는 셈이에요. 두 곡선의 길이가 다릅니다.
그래서 “잠만 좀 자면 괜찮아지겠지”로 미루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잠이 나아졌는데도 그대로라면, 그건 잠으로 풀 문제가 아니었던 거예요.
같은 조사에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답한 경우가 4명 중 1명이었고(23.8%), 의료인이나 상담사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10명 중 1명이었습니다(10.2%). 보건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산후우울 상담과 검사를 받을 수 있어요. 무엇을 어디까지 받을 수 있는지는 지역마다 달라서, 주소지 보건소에 먼저 물어보는 게 빠릅니다.
밤에 아기와 단둘이 깨어 있으면 이게 나만 이런가 싶어져요. 앞의 숫자들이 말하는 건 그 반대입니다.
오늘 밤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를 내 시간으로 할지 한 구간만 정해 두세요. 그 한 끼만은 앉아서 먹는 걸로요.